[헬리오아트 Report no.123] October Week 5

Date
2019-11-17 10:30

 



no.123

 

미술관이 마침내 장애인의 방문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름 미국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인  MoMA (Museum of Modern Art)는 리뉴얼을 위해 잠시 문을 닫았었다. 리뉴얼 기간 동안 흥미로운 교육이 함께 진행되었는데 방문객을 상대하는 스태프들이 장애가 있는 방문객들을 어떻게 더 잘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었다. 이 교육에서는 미술관을 방문하는 10명의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그들의 고충과 경험을 공유했다.

 

미술관들의 장애인 방문객에 대한 배려 부족은 수년 전부터 문제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최근에야 실질적인 대처가 진행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MoMA의 교육을 담당한 프란체스카 로젠버그의 경우 교육의 목적이 “저희의 목표는 친절하게 방문을 반기는 미술관이 목표입니다. 장애가 있는 분들도 저희가 반기는 대중이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을 마련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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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미술관들의 변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장애인을 위한 대처는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1세기부터 미술관이 무료입장이나 대규모 전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미술관은 더욱 많은 대중이 방문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대중을 끌기 위한 미술관의 노력은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지 않았다. 전시 구조 자체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접근이 어렵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은 장애인들의 불만은 그들을 향한 미술관의 외면을 변화하도록 만들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미술관 방문객들 중 미술관에 대한 고소를 하거나 SNS를 통해 관람이 불가능하도록 한 미술관에 대한 비판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씨라 오 코너(​Ciara O’Connor)의 경우,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인 테이트 모던의 전시를 관람하던 도중 휠체어로 감상하기 어려운 전시물에 대해 휠체어 경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미술관의 스태프는 이러한 요구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전시물을 지나쳐 관람을 이어가라고 이야기 했다. 이러한 대처는 큰 이슈가 되어 이후 테이트 모던 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도 했다. 그 밖에 전시 복도가 너무 좁아 휠체어로 들어가지 못한 경우나 전시물이 너무 높게 배치되어 관람하기 힘들었던 경험들은 많은 장애인들에게 의해 공유되고 있다.

 

사회적 비판과 자발적인 변화가 맞물려 미술관들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과학 기술을 이용한 방법이 눈에 띄는데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허시혼 미술관의 경우 쿠사마 야오이의 대표적인 설치 작품인 ‘무한의 방’을 가상현실 시물레이션을 준비하여 휠체어 때문에 관람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학 기술의 도움 없이도 미술관들이 새롭게 제시하는 창의적인 방법들은 장애인들이 겪는 고충을 많이 경감시켜준다. 예를 들어 일부 미술관들은 전시 통로가 좁은 경우 비상통로를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개방하여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등 사소한 배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장애인 관람을 위한 미술관의 변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가 마땅히 했어야 하는 합리적인 조정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박물관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도 책임을 느끼고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미술관이 건물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가상현실 시물레이션과 같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들이 많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은 미술관과 작가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장애 때문에 작품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품 제작 과정에서 어떠한 점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창의적인 방법은 작가가 그들의 작품을 장애인들을 위해 변경하는데 얼마나 수용적인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해 작품을 변경한다는 것이 작품의 모습이나 의미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작품에 다가 가기 위해 계단 대신 경사를 준비하거나 작품 간의 간격을 넓게 조정하는 등 그들 위한 사소한 준비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미술관 관람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 엔드류 밀러는 ‘만약 관람을 위해 제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면 저는 그 작품을 지나쳐 버릴 겁니다. 저의 삶은 너무 짧기 때문이죠’ 라며 장애인이 작품을 위해 자신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출처:news.art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