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아트 Report no.113] August Week 3

Date
2019-11-15 16:15


 

no.113

작품의 가치 

만약 작가가 작가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면 그 가치는 무엇일까?



 

예술작품은 사람들의 평가로 그 가치가 정해진다. 하지만 그 가치가 매겨지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여기 그 고민 해결을 도와 줄 질문이 있다. 만약 작가가 애초에 작품의 가치를 ‘0원’ 으로 한다면 그 작품의 가치는 얼마일까?


가장 단순한 예시는 그래피티와 같은 스트릿트 아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일 뿐 돈을 벌기 위해 그래피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뱅크시의 벽화는 벽과 조심스럽게 분리되어 거대 옥션에서 수백, 수천만 달러에 거래된다.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그 가치를 금전적으로 측정한 대중에 의해 높은 가치가 매겨져 거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벽에 남아 있는 뱅크시 작가의 벽화의 일부는 대중이 원하기만 한다면 가치가 생기는 걸까? 이 질문에 “아니오, 벽화의 벽돌은 예술적 가치가 없다.” 라고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의 작품 ‘무제’ (untitled, 1992/1993) 가 답을 해준다.

이 작품은 종이”들”이다. 한, 두 개도 아닌 수 백장의 프린트 작품이 한 곳에 쌓여져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보이는 면만 작품인 것이 아니라 쌓여있는 피스 전부가 프린트 작품이다. 각 피스는 작가가 직접 결정한 텍스트, 이미지 등이 동일하게 프린트 되어있다.  


문제는 작가가 이 작품의 각 피스들을 관람객에게 무료로 가져갈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작품은 점차 줄어들고 전시 관계자는 다시금 작품을 채운다. 작품은 “끝이 없는 카피”가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가치는 내포한 아이디어 그 자체이다. 작가는 작품의 구매자에게 작품의 보증서와 함께 작가가 그랬듯 작품을 다시금 채워 놓아 끝없는 작품으로 만들 권리를 준다.

관람객들은 카피를 나눠 받으면서 작품의 일부분이 되는 경험을 감상 수할 수 있다. 하지만 전시에 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배포된 포스터는 충분히 가치 있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작품은 이베이와 같은 대중적인 온라인 쇼핑몰뿐만 아니라 대형 옥션에서도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작가의 반응은 무엇일까? 바로 작품의 의미를 판매자, 구입자,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작가가 운영하는 예술단체는 배포된 작품의 거래를 막지 않는다. 작가의 전시의도는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객에게 한 장씩 나누어주고 다시 채우는 퍼포먼스까지 이다. 그러므로 한 피스씩 사라지는 작품의 상태가 그 자체로 작품이며 혹 관람객이 나눠준 포스터를 모두 사 모아 쌓아 놓는다면 그것은 작가의 작품은 아니라고 명시하도록 판매자에게 요청한다. 그 요청에 강제성은 없다.  


뉴욕의 변호사 Megan은 “오직 보증서의 주인만이 작품을 온전히 소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포된 작품의 판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판매를 다른 상업적인 홍보에 사용하거나 그 진정한 의미를 공지하지 않고 판매를 한다면 추후 환불을 해야 하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저작권법으로 이 작품을 상태를 평가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을 둘러싼 논란, 의문, 그리고 작품의 일부를 가진 사람들이 하는 행동 모두가 궁극적으로 작품 그 자체가 확장하고 살아 있게 만든다고 본다. 때문에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이 작품의 물리적인 일부분이 끊임없이 우리의 안에서 올바르게 순환하도록 돕는 것이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뱅크시의 벽화에 붙어있던 벽돌 한 조각은 작품일까? 그 벽돌에는 작품의 일부분이라는 것 이외에 아무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작품이 이라고 보기 어렵다. 작품의 모조품이 거의 본래의 작품과 비슷하다고 해도 그 것은 오리지날이 될 수 없다. 시각적인 유사성만 있을 뿐 작품의 어떠한 의미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곤잘레스-토레스의 무료로 얻은 작품의 일부분은 ‘싸구려’라고 할 수는 있지만 ‘가치없는’ 모조품은 아니다. 그 한 조각이 작품의 의미와 가치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출처:news.artnet.co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