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아트 Report no.95] April Week 1

Date
2019-04-05 11:41

no. 95


세계적인 사업가이자 미술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 (François Pinaut)의 
시각으로 본 미술 컬렉션


프랑수아 피노, 그는 누구 인가

구찌, 이브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알렉산더 맥퀸 등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브랜드들이 속한 세계적인 명품 패션 그룹 케링 (Kering)의 회장, 프랑수아 피노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벨기에 구상주의 화가 뤽 튀만 (Luc Tuymans, 1958)의 많은 작품들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베니스에 위치한 그라시 미술관(Palazzo Grassi)의 주인으로 거물급 미술 컬렉터이기도 하다. 

프랑스 브르타뉴(Bretagne) 지역 작은 도시 샹 제로 (Champs-Géraux)의 평범한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비상한 사업 수완을 발휘해 유통회사 PPR (Pinault-Printemps-Redoute)를 세우고, 이후 구찌, 이브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알렉산더 맥퀸을 인수하며 세계적인 명품 회사 케링의 회장이 되었다. 현재 그의 자산규모는 297억 달러 (한화로 약 34조 원)로 경제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9년 억만장자 순위 30이다.

후기 인상주의

그가 생애 처음으로 미술관을 방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60년이다. 친구에 의해 우연히 찾은 미술관에서 후기 인상주의 계열의 퐁 아방 (Pont-Aven) 학파의 작품들을 접하는 그는 미술 세계에 푹 빠졌다.
 
"폴 고갱과 같은 거장의 작품도 아니었고 잘 그렸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지만,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제대로 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다시 보러 갔습니다."

이후 그는 퐁 아방 학파의 대표적인 화가 폴 세뤼지에 (Paul Sérusier, 1863)의 작은 작품을 구매하면서 미술 컬렉터로써 첫 발을 내디뎠다.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한 여인이 농가 뜰에 서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그 작품은 지금까지도 그와 함께하고 있다. 또한 40대의 나이에 처음 미술 경매에 참여한 이후 이 대담한 자수성가 사업가는 1998년 세계 최대 경매사인 크리스티의 소유주가 되었다. 

컬렉션을 위한 미술관

이탈리아 베니스의 그라시 미술관 (Palazzo Grassi)

그가 본격적으로 미술 수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한 건 2003년 그의 아들 프랑수아 앙리 피노 (François-Henri Pinault)에게 회사 경영을 인계한 이후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예술에 있어서는 감성이 전부입니다."

과거 문화부 장관을 지낸 예술 컨설턴트 장 자크 아이라 공 (Jean-Jacques Aillagon)의 도움을 받아 단시간에 엄청난 미술 컬렉션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작품 전시를 위한 미술관 설립에 눈을 돌렸다. 2006년부터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Pritzker) 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Tadao Ando)와 함께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 구매한 건물은 피아트 그룹(Fiat group)에 의해 1980년부터 전시관으로 쓰였던 그라시 궁전으로, 2005년에 구매해 리모델링을 거친 후 2006년 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기존에 미술품을 소유하고자 했던 욕구에서 점차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예술에 대한 열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이어서 2009년에 베니스 그랜드 카날에 위치한 폰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 2013년에는 그라시 궁전과 붙어있는 티트리노(Teatrino)를 인수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과거의 정치 경제적 문제로 인해 진행하지 못했던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옛 증권거래소 (La Bourse de Commerce)를 개조해 2016년부터 그의 컬렉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폰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


프랑스 파리의 옛 증권거래소 (Bource de Commerce)

미술 컬렉션

지금까지 프랑수아 피노 회장은 50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을 수집했으며, 금융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가 추산한 작품 총 가치는 약 12억 유로 (한화로 약 1조 5천억 원)이다. 사실 그 컬렉션의 가치는 단순히 숫자로 계산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도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양이지만 피카소 (Pablo Picasso, 1881), 댄보 (Danh Vo, 1975), 시그마르 폴케 (Sigmar Polke, 1941), 루돌프 스탕겔 (Rudolf Stingel, 1956), 어서 피셔 (Urs Fischer, 1973),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 1965), 제프 쿤스 (Jeff Koons, 1955)와 같은 동시대 미술의 거장들 작품들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근 현대 및 동시대 미술 카테고리에서 초기에 수집한 그의 주요 작품은 네덜란드 화가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의 추상화 «Tableau Losangique Ⅱ, 1925»이며 이탈리아 전위적 미술 운동인 아르테 포베라 (l’Arte Povera)와 미니멀리즘에도 관심이 많아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 (Felix González-Torres, 1957), 데이비드 하몬스 (Davis Hommons, 1943), 피슐리와 바이스 (Fischli&Weiss), 1979, 마크 브래드포드 (Mark Bradford, 1961)의 작품도 소유하고 있다. 컬렉션 목록 중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는 바바라 크루거 (Barbara Kruger, 1945), 베레니스 아트 (Berenice Abbott, 1898), 신디 셔먼 (Cindy Sherman, 1954), 레이철 위터레드 (Rachel Whiteread, 1963), 리 로자노 (Lee Lozano, 1930), 캐디 노란드 (Cady Noland, 1956), 마를렌 뒤마 (Marlène Dumas, 1953), 그리고 라도야 루비 프레이저 (LaToya Ruby Frazier, 1982)가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미술품 구매를 위해 1억 8200만 달러 (한화로 약 2200억 원)를 투자한 프랑수아 피노는 단연 갤러리의 «단골손님»이다. 많은 갤러리들이 그와 같은 VIP들을 위해 특별히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지만 최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저도 초반에는 한 작품을 위해 거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미술 시장에서 돈을 재고 따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걸작을 위해서라면 돈을 더 얹어서 사야 해요, 언젠가 분명히 가치가 상승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평상시에 감정과 직감에 의존해 예술작품 구매하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스스로 항상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 작가의 작품을 깊게 수집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끔 작품을 주제에 맞게 모아서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한다. 개인 컬렉션이기 때문에 정확한 판매 규모나 거래 횟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오랜 미술 컨설턴트 장 자크 아일라공에 따르면 2000년부터 약 180점의 작품들이 거래되었다. 

미술 세계의 후원자

프랑수아 피노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작품을 수집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대표적으로 2015년 프랑스 작은 도시 랑스 (Lens)에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실을 만들어 실제 벨기에 화가 에디스 드킨트 (Edith Dekyndt, 1960)가 거주하며 작업했으며 그해 4월에는 빅토르 위고가 생전에 살던 집 (La Hauteville House)을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만들고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또한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열린 데미안 허스트의 기념비적인 전시 «Tr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을 후원하기도 했다. 

나아가 그는 방대한 양의 컬렉션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전 세계의 미술관과 공공사업을 위해 대여해주고 있다. 현재 약 2,000여 점이 파리, 모나코, 모스크바, 에센, 스톡홀름,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특히 올해에는 제프 쿤스의 많은 작품들을 멕시코시티에 있는 쥬멕스 미술관 (Museo Jumex)에 빌려줄 예정이다.  

냉철한 이성을 앞세워 사업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미술 세계에서는 감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던 프랑수아 피노. 컬렉터이자 후원자로써 지금까지도 동시대 미술 작품들을 수집 리스트에 추가하고 있기에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출처: www.lech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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