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3
2019년 3월 14일,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는 그동안 연구해온 이미지와 신호 (signal) 관련 디지털 신호 처리 방식에 대한 연구로 로레알-유네스코에서 여성 과학자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특히 미술계가 주목했던 부분은 그녀가 개발한 시스템이 고해상도의 작품 사진을 분석함으로써 고난도의 정확성을 가지고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수학 공식은 매우 복잡하지만 이미 학위논문을 통해 반 고흐 작품의 진위성을 판별하는 과정이 증명되었다. 도브시 교수에 따르면 주요 원리 중에 하나는 종이에 붓이 닿을 때 생기는 망설임을 캐치하는 것이며 그것이 작가의 영감 (inspiration)과 상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물리학자에게서 작가의 창작열에 대해 감성적인 이해를 기대하지 않지만, 도브시 교수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미술관을 다니면서 미술작품의 매력에 빠져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미술은 저에게 기쁨을 주고 제 존재와 자연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줍니다. 수학이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해주는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미술도 그러합니다.” 즉 수학은 우주의 근원적 진실에 직선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한다면 미술은 마음의 진실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창작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반대로 이 기술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의문이 들게 한다. 기술의 핵심 원리를 통해 어떤 것을 진짜 반 고흐 작품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면 그런 모든 지식과 기술을 사용해 거꾸로 반 고흐 작품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와 같은 의문은 작년 10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공지능 “화가” 오비어스 (Obvious)가 그린 작품 Edmond de Belaney from La Famille de Belamy가 추정가의 40배가 넘는 가격인 43만 2500달러(한화 약 4억 8천만 원)에 팔리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도브시 교수는 오직 다른 시스템들과 결합되었을 때만 이 기술을 이용해 창작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흥미롭게도 이미 그녀의 동료들이 이 시스템을 다른 것들과 접목시켜 “반 고흐 스타일”의 그녀의 초상화를 만들어 보내왔다. (상단의 사진)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녀는 이 시스템이 분석 도구이지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스템에 부가적인 진위 판별 기능을 더 넣을 계획이지만, 그것은“부가적인”것일 뿐 실제 미술품 감별사들을 대체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사람의 안목을 대체하는 것은 좋은 일이 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그 과정에서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시스템을 진위성을 판별하기 위한 목적을 만든 것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회사를 차리거나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과정을 원치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시스템 코드는 오픈 소스 형식으로 무료로 배포될 것이다.
그녀의 연구는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사람이 기술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고 미술 시장에 더 교묘하고 판별하기 어려운 모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그러나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처럼 기술의 한계와 역할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다면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미술품 감별사가 아닌 모작품 제작자 일 것이다. 또한 원작의 대한 가치와 예술성에 대한 평가는 더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