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아트 Report no.91] March Week 1

Date
2019-03-19 15:59

 

no.91

모로코의 도시 마라케시는 세계 미술 시장의 거점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인가? 
1-54 컨템퍼러리아프리칸 아트페어의 아랍시장 (Souks) 도전기

지난 2월 23-24일 모로코의 중심 도시 마라케시에서 두 번째 1-54 컨템퍼러리 아프리칸 아트페어가 열렸다. 아프리카 미술을 소개하는 1-54 아트페어의 설립자 디렉터 토리아 엘 글라위(Touria El Glaoui)는 세계 미술 시장의 허브로써 마라케시를 선택했다.


모로코의 도시라고 하면 흔히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고대 핑크빛 도시와 낙타, 멋진 벨리 댄서들, 그리고 전통 음식 쿠스쿠스(couscous)가 떠오르지만 사실 이 지역, 아니 이 대륙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캔지 (Mckinsy & Company)에서 아프리카의 1억 2800만 가구가 총 1조 4천억 원 소비에 기여하면서 2020년에 전체적인 GDP가 2조 6천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작년에 첫 1-54 컨템퍼러리 아프리칸 아트 페어를 개최하고, 새롭게 컨템퍼러리 미술관이 들어선 마라케시가 아프리카 연합 정상회담 (Africities Summit)에서 2020년 아프리카 문화의 중심도시로 선정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미술 컬렉터들이 점차 국제 미술 시장의 허브가 되고 있는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물론 모로코가 가진 문제점도 있다. 지금까지 모로코의 화폐 디르함 (Dirham)이 국제적으로 거래되지 않는다는 점과 미술에 대한 부족한 투자 때문에 미술 시장 형성에 좋은 장소로 인식되지 않았다. 또한 저명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David Chipperfield)가 디자인한 사진 미술관이 2016년에 개관했지만 예상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며 2018년 2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제7회 마라케시 비엔날레는 재정의 문제로 잠시 연기되었다가 아예 물거품이 되었다. 게다가 사회의 교육과 복지에 대한 투자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필요성이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케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덕분에 지난 수 세기 동안 프랑스 화가 자크 마조렐 (Jacques Majorelle), 미국 태생의 브라이스 마든 (Brice Marden)와 같은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 이었으며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 (Winston Churchill)은 페어 장소인 마모우니아 (La Mamounia) 호텔의 발코니에서 종종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또한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로 “팝스러움 (Pop-esque)”을 표현해 마라케시의 앤디 워홀이란 수식이 붙는 핫산 하자즈 (Hassan Hajjaj)와 같은 지역 작가도 있다. 특히 마라케시는 세계 지도 상에서 지리적으로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열정적인 페어 디렉터 토리아 엘 글라위 (Touria El Glaoui)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Lagos)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Cape Town)과 같은 다양한 아프리카 도시들이 1-54 아트 페어 개최지 후보였지만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정치가 안정되어 있고 짧은 비행시간으로 유럽, 아프리카, 중동에서 올 수 있다는 용이한 접근성 덕분에 마라케시가 가장 적합한 장소로 선정되었다. 게다가 마라케시는 그녀의 고향이었기 때문에 그곳의 많은 행정적 절차들을 잘 알고 있어 통관 문제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친분을 이용해 작품 운송 문제나 화폐 거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노력은 빛을 바랬다. 2월 24일 일요일에 막을 내린 두 번째 에디션에는 세계 곳곳의 18개갤러리들이 참여했으며, 그들이 선보인 65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약 6000명의 관광객들을 맞이하며 컬렉터들을 위한 기본적인 미술 시장의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런던이나 뉴욕의 아트 페어와 달리 마라케시 페어는 도시 곳곳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기획함으로써 비엔날레 느낌을 살렸다.
다만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마라케시 비엔날레가 취소되면서 1-54 아트 페어는 세계 컬렉터들에게 기대했던 만큼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2004년에 마라케시 비엔날레를 설립해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는 영국인 기업가 바네사 브랜손 (Vanessa Branson)은 2020년 전까지 비엔날레가 개최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마라케시의 많은 지역 단체들이 이 행사를 위해 장소 유치나 노동자들의 보수 지급 등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그 누구도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정적인 부분을 메꿔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정부 역시 과거 런던에서 열린 두 번의 1-54 아트페어에서 몇몇의 모로코 갤러리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미술컬렉터이기도 한 모로코의 국왕 모하메드 6세는 2014년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 모하메드 6세 현대미술관을 설립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예술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교육과 복지 제도에 투자가 시급해짐에 따라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으며 이에 개인 자본이 빈 공간을 채웠다. 부동산을 통해 많은 돈을 번 라자크 (Lazarq) 가문이 2018년에 아프리카 현대 미술관 (MACAAL)을 세워 그들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아틀라스산맥으로 둘러싸인 골프장 위에 알 마덴 (Al Maaden) 조각 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마칼 (MACAAL)의 관장 오스만 라자크 (Othman Lazraq)는 아직 예술이 많은 모로코인들에게 우선순위가 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만약 정부의 지원이 있다며 이와 같은 공간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하며 예술 기관들은 모로코 미술 발전에 기꺼이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전했다.


모로코의 도시 마라케시는 지리적 이점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적 상황을 바탕으로 1-54 컨템퍼러리 아프리칸 아트 페어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페어 디렉터 엘 글라위의 고향이라는 조건이 없었을 때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도 마라케시가 세계 미술 시장의 거점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모로코 화폐 디르함의 국제적 가치를 상승시키고 교육과 복지와 같은 사회적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출처: new.artnet.com